[포토] 구자욱 \'안타 쳤어요\'
삼성 구자욱이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LG전에서 2회초 안타를 때린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email protected]

[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기자] “120억원은 좀 안 언급하셔도 되지 않을까요.”

삼성 구자욱(29)이 오랜만에 4안타 경기를 치른 후 남긴 말이다.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늘 고민하는 선수이기에 더 그렇다.

구자욱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LG와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 4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4안타 2타점 1득점 1도루를 만들었다. 구자욱을 앞세운 삼성은 8-4의 역전승을 거두며 5연패를 끊었다.

구자욱이 한 경기 4안타를 친 것은 지난해 6월22일 대구 한화전 이후 처음이다. 341일 만이 된다. 올 시즌 좀처럼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던 구자욱이지만, 이날 활약을 통해 시즌 타율을 0.282까지 끌어올렸다. OPS도 0.696이 됐고, wRC+(조정득점생산력)도 104.4로 리그 평균 이상으로 올라왔다. 조금씩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경기 후 구자욱은 “사실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았는데 4안타가 나왔다. 운이 좋았다. 앞에 피렐라와 (오)재일이 형이 있어서 그쪽에 힘을 다 빼고 나와 상대한 것 같다. 이번주 감이 좋았는데 안타가 나오지 않았다. 오늘은 감이 최악이었는데 4개다. 야구가 이렇다”며 허탈한 미소를 보였다.

이어 “오늘 활약이 계기가 됐으면 한다. 우리 팀 타선은 약하지 않다. 강타선이라 생각한다. 연패에 빠지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았을 뿐이다. 더 집중해서 경기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포토] 구자욱 \'추가점 뽑았어\'
삼성 구자욱이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LG전에서 8회초 1타점 2루타를 터뜨리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email protected]

올 시즌 구자욱에게 붙는 수식어가 있다. 120억원이다. 시즌을 앞두고 5년간 연봉 90억원, 인센티브 30억원 등 최대 총액 120억원의 조건으로 비 FA 다년계약을 맺었다. 초대형 계약을 맺었고, 자연히 관심도 높았다.

하필 계약 첫 시즌 부진하다. 외부 요인으로 인해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회복까지 시간이 걸렸다. 4월9일 돌아오기는 했는데 경기 감각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존 확대까지 겹치면서 4월 한 달간 타율 0.229에 그쳤다.

이렇다 보니 거꾸로 120억원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거액 계약을 했는데 부진하니 비판이 따르는 것은 또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5월 들어서는 달라졌다. 타율 0.362, OPS 0.856을 만들고 있다. 첫 홈런도 터졌다. 출전한 11경기 가운데 8경기에서 안타를 쳤고, 멀티히트 경기도 5경기나 된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진지하고, 고민이 많은 선수다. 구자욱은 “야구 생각을 계속한다. 물론 생각이 많아서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반대로 그 속에서 무언가 찾을 수도 있다. 쉽지 않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120억원은 안 적어주셨으면 좋겠다”며 웃은 후 “절대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책임감이 더 커졌다. 못하면 욕 먹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러나 비난보다는 격려가 더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같이 해본다”며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

구자욱은 삼성의 간판타자이자 프랜차이즈 스타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이 있다. 결국 답은 하나다. 잘하면 된다. 마침 5월 들어 예전 구자욱의 모습이 나온다. 지금 모습을 유지한다면, 나아가 더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돈값 한다”를 넘어 “싸게 계약했다”는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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