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박준범기자] “너무 미안했다, 기죽지 않고 한 발 더 뛰겠다.”

수원 삼성 이상민(19)은 지난 21일 울산 현대전에서 쓰디쓴 경험을 했다. 후반 34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걷어내려다 실패했고 이후 과정에서 울산 설영우에게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줬다. 울산 공격수 마틴 아담이 득점에 성공했고 수원은 울산에 2-3으로 패했다.

이후 자책하는 이상민에게 동료들은 하나둘씩 다가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 교체된 후에 이상민은 벤치 옆에서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하기도 했다. 패배 후에는 눈물을 흘렸다. 이상민은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 2023 대한축구협회(FA)컵 16강에는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관중석에서 동료들과 경기를 바라봤다.

본지와 관중석에서 만난 이상민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경기 끝나고 휴대폰을 오랫동안 보지 않았다. 가족 연락도 못 봤다. 하루 지나고 나서야 휴대폰을 봤다. 내가 그렇게까지 무릎을 꿇고 울었는지도 몰랐다. 그 정도로 팀에 너무 미안했다. 형들 그리고 팬들께도 죄송했다. 경기 준비하는 과정은 물론 경기도 잘했다. (페널티킥을 내준 것이) 옥에 티였던 것 같아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수원 팬들은 이상민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모두 위로의 글이었다고. 더욱이 이날도 수원 팬들은 “수원의 29는 무릎을 꿇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걸개를 걸었다. “연락을 다 읽어봤다”라고 입을 연 이상민은 “그래도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 걸개를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관련해서 연락을 많이 받았다. 힘을 주시려는 것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팬들께 더 죄송한 행동 아니겠나. 지나간 건 지나간 것이다. 계속해서 준비를 잘하겠다. 내가 뛰지 못하더라도 뒤에서 서포트를 열심히 하겠다. 기회가 오면 더 잘하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이상민의 머릿 속에는 수원밖에 없다. 이상민은 “나보다 팀이 우선이다. 지금 우리 팀이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있다. 내가 ‘골을 넣겠다’ ‘도움을 올리겠다’라고 하는 건 책임질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며칠이 지났음에도 형들이 ‘괜찮다. 다 경험이다’라는 말씀을 해주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한 발 더 뛰는 것이 내 위치에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형들도 그런 걸 원할 것이다. 기죽지 않고 열심히 뛰겠다. 꼭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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