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올해 1년 동안 있었던 일이 하나씩 생각이 나더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부터 아시안게임(AG), 그리고 한국시리즈(KS)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2022시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최고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만큼 큰 기대를 받았는데 거의 한 달마다 부상이라는 변수와 마주했다.

컨디셔닝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따른 기복도 보였다. 그래도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25) 얘기다.

절실함과 준비는 누구 못지않았다. WBC부터 그랬다. 3월에 열리는 국제대회에 대비하기 위해 겨우내 몸을 만들고 가장 이른 시기에 투구에 돌입했다. 대표팀이 한자리에 모인 첫날. 가장 준비가 잘됐고 가장 강한 공을 던지는 투수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와 마주했다. WBC 개막을 눈앞에 두고 임한 평가전에서 담이 왔다. 처음에는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는데 정밀 검진 결과 투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11월부터 휴식도 없이 쌓아 올린 공든 탑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어깨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채 시즌 개막을 맞이했다. 그리고 복귀 한 달여 만에 투구 중 허리에 이상 증상을 느꼈다. 다시 한 달 결장. 마운드에 설 수 있는 상태는 됐으나 기복을 피하기는 힘들었다. 7월 절정의 투구를 펼치며 완전히 돌아온 듯했는데 후반기 호투와 고전이 반복됐다. 지난해 최고 구종으로 자리매김한 고속 슬라이더의 실투 비중이 유독 높았다.

그래도 원하는 임무는 완수했다. 고군분투하면서 10월초 AG 금메달을 확정 짓는 마지막 순간을 장식했다. 그리고 지난 13일 늘 꿈꾸던 KS 우승 순간도 만들었다. KT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 배정대를 2루 플라이로 잡았다. LG 29년 한풀이를 이뤘다.

선수 이전에 꿈꿨던 순간을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 어릴 적부터 LG팬이었던 고우석은 동료들과 우승 세리머니를 마친 후 “정말 기쁘면서 기쁨과 동시에 아쉬운 순간도 많이 생각이 난다. 작년에도 할 수 있었고 이전에도 할 수 있었는데 이제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시상대에 서니까 바로 내년에도 또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9회 마운드에 올라간 순간에 대해서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해서 그런지 특별한 생각이 나지는 않았다. 승리가 확정됐을 때도 무언가 느낌은 없었다. 다만 동료들과 함께 축하하고 좋아하면서 세리머니하는데 올해 1년 동안 있었던 일이 하나씩 생각이 나더라. 그때 울컥했다”고 눈시울이 붉어진 순간을 돌아봤다.

과정이 만만치 않은 만큼 고민도 많았다. KS를 눈앞에 두고도 허리에 통증을 느꼈기에 초조함을 피하기 힘들었다. 그때 장인어른 이종범 코치의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

고우석은 “장인어른께서 ‘나는 KS에서 진 적이 없다. 내가 있으니까 우리 팀 무조건 이길 것’이라고 해주셨다. 나를 비롯해 우리 선수들에게 계속 자신감을 주셨다”며 “트레이닝 코치님들도 정말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코치님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던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위에 고마움을 돌렸다.

감동을 간직하며 다음을 바라본다. 고우석은 “1년을 너무 전투적으로 보냈다. 그래도 시즌을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라며 “내년 시즌을 생각하면 회복도 중요하고 다시 몸을 잘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김용일 코치님과 잘 상의하면서 준비하겠다. 다음 시즌에는 포크볼이든 체인지업이든 오프스피드 계열 구종도 잘 써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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