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기자]넷플릭스 ‘스위트홈’ 시즌1, 명석한 두뇌로 그린 홈 사람들을 지키는 은혁(이도현 분)의 동생 은유는 정이 가긴 어려운 인물이다. 하는 것 없이 툴툴 대기 일쑤였고, 뒤틀린 심사를 뱉어내기 바빴다.

그런 은유에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부여한 배우가 고민시다. 발레리나가 되지 못한 결핍을 타인에게 쏘아붙이는 것으로 해소하지만 묘한 따뜻함을 담아냈다. 끝내 은혁과 헤어지는 순간 은유의 오열이 설득될 수 있었던 건, 미움받을 행동 안에 인간적인 면모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공개된 ‘스위트홈’ 시즌2에서 은유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말수는 줄었고, 인상도 사나워졌다. 옷은 민소매만 입는다. 화장기는 더 옅어졌다. 미운 말을 내뱉으면서도 타인에게 다가가려 했던 은유는 모든 사람과 대화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홀로 오빠를 찾아다니는 모험을 시작했다. 자신뿐 아니라 남도 위험에 빠뜨렸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제멋대로지만 명석했던 은유가 오빠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너무 무모해진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민폐 캐릭터’라는 부정적인 수식어도 붙었다. 고민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나름의 노림수가 있었다고 했다.

고민시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은유의 캐릭터 결이 완전히 달라졌다. 오빠가 괴물화가 된 걸 두 눈으로 못 봤다. 공백기도 있었고, 오빠를 찾기 위해 모든 힘을 쏟는 인물로 바뀐다”며 “그사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명확히 보여주고 싶었다. 시즌2에서는 까칠해 보이지만 내면적인 성장을 한 인물로 바꿨다”고 말했다.

◇“액션은 체력이 필수, 목에서 피 맛 날 때까지 뛰었다”

그린 홈에 있던 인물들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오면서 고독한 싸움을 펼치기 시작했다. 신인류 현수(송강 분)는 숨었고,이경(이시영 분)도 딸과 조용히 지낸다. 의명(김성철 분)의 정신이 들어간 상욱(이진욱 분)도 밤섬에서 쓸쓸히 있다. 스타디움으로 간 은유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고독한 사투를 벌인다. 위기에 처할 때마다 알 수 없는 존재가 도와준다.

“현장에서 대체로 외로웠어요. 홀로 모험을 떠나니까요. 민폐 캐릭터라고도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지반장(김신록 분)의 미움을 받으면서 단독 행동을 하는 건 은유니까 가능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덕분에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액션도 했고, 스스로 담력도 알게 됐어요. 제가 나약한 사람이었더라고요. 기존 인물을 새롭게 바꾸는 법도 알게 됐어요.”

은유는 시즌2에 들어오면서 단검을 들고 크리처들과 싸운다. 홀로 위험천만한 건물에서 사나운 크리처들과 혈혈단신으로 붙는다. 여리여리한 발레리나에서 강인한 여전사로 변신했다.

“어떤 액션을 할지 몰라서 여러 무기를 다 연습했어요. 활도 쏴보고 칼이나 방망이도 들어봤어요. 은유가 쉽게 쓸 수 있는 무기는 단도 같더라고요. 매듭을 지어서 늘 단도를 쥐고 다녔죠. 체력이 약해서 목에서 피 맛이 날 때까지 뛰었어요. 다행히 무술팀이랑 합이 잘 맞아서, 그럴듯하게 나온 것 같아요.”

캐릭터도 변화가 많다. 말수가 확 줄었다. 경계심을 잔뜩 품었다. 귀엽고 맹랑했던 은유가 사라졌다.

“저도 은유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민폐 캐릭터’란 말도 있고, 혹평도 있는데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이해는 돼요. 아마 시즌3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다 해소될 거라고 봐요. 끝맺음이 명확하거든요.”

◇“내가 뭔가 이렇게 빨리 이룰 줄이야, 계속 연기하고 싶어”

고민시는 불과 1년 사이에 미디어가 가장 주목하는 여배우로 성장했다. ‘스위트홈’ 시리즈의 성공에 이어 영화 ‘밀수’에서 뛰어난 연기까지 펼쳤다. 춘사영화제, 청룡영화상 등 굵직한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쓸고 있다.

“제가 이렇게 빨리 뭔가를 이룰 줄 몰랐어요. 아직도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해요. 현장에서 연기할 때가 가장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에요. 이 열정이 50대까지 이어질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저는 비슷한 장르, 캐릭터에서 제가 연기할 인물과 어울리는 걸 뽑고 재해석하는 편이에요. 이 노력 덕분에 칭찬받는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은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다. 이응복 PD의 새 연출작 ‘나도 반대하는 나의 연애’에도 거론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제작업계와 무관하게 고민시는 꾸준히 새 작품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작품의 메시지가 분명하거나, 캐릭터가 멋있거나 뭔가 새롭게 도전할만한 작품이라면 주저 없이 선택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후회가 없어요. 앞으로는 가족 이야기나 멜로를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도 후회 없이 연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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