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영화 ‘검은사제들’과 ‘사바하’를 통해 동서양 종교를 총망라한 ‘오컬트 장인’ 장재현 감독이 풍수지리를 들고 왔다. 제목은 ‘파묘’다.

‘파묘’는 극 중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 분)과 봉길(이도현 분)이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화근이 조상의 묫자리 때문인 걸 알아채고 이장을 권한 가운데, 돈 냄새를 맡은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이 합류하면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100년 넘은 묘를 이장했던 모습을 지켜 본 장 감독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출발했다. 파묘라는 독특한 소재와 동양의 무속 신앙을 가미한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다. 배우 최민식과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등 대배우와 대세배우가 조합을 이룬다.

장재현 감독은 1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열린 ‘파묘’ 제작보고회에서 “팬데믹 때 극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영화를 보는데, ‘왜 이렇게 힘들게 영화관에 와야 하는가?’ 싶었다.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파묘’는 심플하고 직관적이고 몰입이 있는 체험적인 영화”라고 말했다.

◇프로페셔널 그 자체 “어설프면 죽는 것이여”

‘파묘’에는 민속 신앙을 기반으로 한 직업이 등장한다. 풍수사와 장의사, 무당이다. 40년 간 땅을 다룬 상덕 역에 최민식, 대통령의 시체를 염한 장의사 영근 역에 유해진, 젊지만 신기가 강한 무당 화림과 그 제자 봉길 역에 김고은과 이도현이 참여했다.

최민식은 “반평생 풍수를 직업으로 삼아온 상덕은 속물근성도 있지만, 땅을 대하는 태도가 올곧다. 땅에 대한 나름대로 가치관과 세계관이 명확하다. 그런 점이 마음에 와닿았다”면서 “형이상학적인 소재를 현실적으로 조악해 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장재현이라는 좋은 사령관을 만나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유해진은 “영근은 대통령 장례를 치를 정도로 실력을 갖춘 장의사다. 실제 장의사이신 분에게 유골을 수습하는 법을 배웠다. 표현할 때도 국내 최고의 장의사라는 걸 염두에 뒀다. 어설프지 않은 동작에 몰두했다”며 “마치 심해 물고기 같은 영화다. 기묘하고 신기한데 재밌다”고 말했다.

1차 예고편은 공개 8일 만에 1800만 조회수를 넘겼다. 특히 김고은이 굿을 앞두고 얼굴에 검은 먹을 긋는 장면은 크게 화제가 됐다. 최민식은 “현장에서 김고은의 에너지가 엄청났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김고은은 “화림이 하는 대살굿은 터프한 굿이다. 사전에 동선과 동작에 신경을 많이 썼다. 전문직이라는 점에서 조금도 어설퍼 보이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었다. 젊은 무당이지만, 능력 있고 인정받는 무당이다. 그런 모습을 잘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귀신 잡는 가해자들, 손에 땀 좀 쥘 것”

엑소시즘을 다룬 ‘검은 사제들’과 사이비 종교를 파헤친 ‘사바하’를 통해 ‘오컬트 외길 인생’을 걸어온 장재현 감독은 토속 신앙인 ‘파묘’로 관객과 만난다. 촬영 단계부터 예고편까지, ‘오컬트 장인’인 장재현 감독에 대한 기대가 뜨겁다.

장 감독은 “이전 작품은 최대한 예쁜 그림을 찍으려 했다. 이번에는 안 보이는 걸 담으려 했다. 기운과 에너지, 왔다 갔다하는 기세를 담고 싶었다. 눈에 안 보이는 불확실성을 담으려 하다 보니 힘들었다. 베테랑 배우들이 80%는 해주셨다. 정말 치열했다”고 말했다.

이어 “‘파묘’는 종교에 대한 영화는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 대한 이야기다. 예고편을 보고 무서울 것 같다는 사람들이 많다. 무서운 장면이 없진 않지만, 극 중 인물들이 전문가이고 귀신 입장에서 보면 가해자다. 아마 꽤 손에 땀을 쥘 거라는 건 자부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파묘’는 오는 2월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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