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 기자] “50세 나이, 다시 멜로하기엔 조금 부담스러웠습니다.”

배우 정우성이 지난 16일 종영한 지니TV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 청각장애가 있는 화가 차진우로 정통 멜로에 도전했다. 11년 만의 멜로 복귀작이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1995년 TBS에서 제작된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 분)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뤘다. 정우성은 정적인 듯 깊은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10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렸다고 했다.

“2010년 쯤 이 작품을 처음 봤어요. 그때 우리가 진정으로 생각하는 소통이 무엇인지 고민했죠. 당시 기획단계일 때 방송사에서 차진우가 3회 만에 목소리를 내자고 요청했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선 이런 작품은 조금 이르다고 생각해 포기했었어요. 그래도 마음속에는 ‘사랑한다고 말해줘’가 응어리처럼 있었죠.”

정우성은 2011년 JTBC ‘빠담빠담’ 이후 정통 멜로에 오랜만에 출연했다. 그의 나이 50세, ‘멜로 장인’이라는 수식어로 불리던 정우성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부담이 컸습니다. 특히 드라마 판권을 처음 샀을 때 원작자분이 ‘정우성이라 준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다시 한번 제작에 들어갔을 때 더 젊은 배우를 고민했죠. 원작자와 미팅 당시 주인공을 바꾸냐는 질문이 없어서, 아직도 제가 연기하는 차진우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느꼈어요. 만약 10년 전이었다면 좀 더 사랑에 충실했을 것 같아요. 더 감정적이었겠죠. 지금의 차진우와 달랐을 거예요.”

청각장애가 있는 차진우는 수어로 세상과 소통한다. 수어는 손동작뿐만 아니라 표정도 중요한 언어다. 정우성은 섬세한 눈빛으로 감정을 나누곤 했다. ‘눈빛 연기 장인’이라는 찬사가 나왔다.

“제가 ‘눈빛 연기 장인’인가요? 감사합니다. 수어는 표정이 정말 중요한 언어지만, 진우는 모은과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때 표정을 과하게 쓰면 모은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피로감을 줄 거 같았죠. 진우를 평소에도 감정이 절제된 인물로 설정했어요. 사실 눈빛은 제가 아니라 바라보는 상대의 심리에 따라 읽히는 경우가 많아요. 시청자들이 진우의 감정을 읽었다면 성공한 것 같네요.”

오랜 기다림을 가진 작품이었던 만큼 정우성에게는 후회도 없다. 모두가 만족스러울 순 없지만, 완주를 무탈하게 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고 했다.

“긴 시간 손에 쥐고 있던 숙제를 해낸 기분도 있고 시청자들이 극찬을 해주셔서 기뻐요. 원작과는 다른 형태로 2023년의 ‘사랑한다고 말해줘’가 받을 수 있는 호평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영화 ‘보호자’로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데 이어 ‘서울의 봄’으로 데뷔 첫 천만 영화를 갖게 됐다. 이외에도 ‘웅남이’, ‘달짝지근해: 7510’, ‘거미집’ 등에 특별출연과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까지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체력이 타고나진 않았어요. 저 역시도 매번 운동을 놓지 않으려고 해요. 다만 이 작품을 하면서 운동을 거의 못 해서 체력 소진이 컸어요. 그래서 첫 화를 보며 ‘이제 쉴 수 있겠구나’라는 안도감이 들었죠. 다행히 넘어지지 않고 잘 달렸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제는 쉬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분간 휴식을 취하려고요.”

연기자였던 정우성은 연출 감독, 제작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 중이다. 홍보 관련 예능 출연에도 적극적이다. 그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행운이란 답이 돌아왔다.

“정말 운 좋게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 덕에 힘든 줄도 모르고 할 수 있었고요. 배우라는 꿈을 막연하게 좇던 중 20대 초반이라는 어린 나이에 꿈을 이뤘어요. 그만큼 이 현장이 감사했고 이곳에서 제 모든 걸 배웠습니다. 그런 덕인지 힘든 순간이 와도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지?’라는 생각보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 내게 닥쳤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일은 당연하지 않다고 여겼고요. 그 덕에 정신적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지금껏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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