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귀포=장강훈 기자] 클래스는 영원하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면서도 하이라이트 필름도 만들었다. 그리고 최종라운드에서만 20번째 홀에서 파 퍼트를 가볍게 집어넣고 포효했다. ‘한국산 탱크’ 최경주(54·SK텔레콤)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역사를 새로 썼다.

최경주는 19일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핀크스 골프클럽(파71·7326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에서 최종합계 4언더파 280타로 박상현(41·동아제약)과 공동 선두로 정규라운드를 마쳤다.

강풍이 휘몰아친 첫날(16일) 이븐파로 버티기에 성공했고, 아들뻘 후배들이 바람을 다스리지 못해 고전한 2라운드에서 홀로 7언더파로 독주했다. 5타 차 단독선두로 시작한 최종라운드에서는 딱딱한 그린과 시차에 따른 체력저하 등으로 3타를 잃었다.

압도적인 우승은 날아갔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렇게 시작한 1차 연장에서 예기치 못한 실수가 나왔다. 두 번째 샷이 왼쪽으로 살짝 감겨 그린 옆 개울에 있는 작은 섬에 떨어졌다. 최경주는 “갤러리 반응을 보니 ‘(볼이) 살아는 있겠다.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그림 같은 칩샷으로 홀 1m 남짓에 볼을 보내 파 세이브에 성공한 그는 2차 연장에서 파온에 성공한 뒤 기어코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치명적인 실수를 그림같은 샷으로 만회한 집념으로 개인통산 30승 고지를 밟았다. 현역 선수 중 해외투어를 포함해 30승을 달성한 건 최경주가 유일하다.

그는 “SK텔레콤 창립 40주년에 맞은 생일에 대회 네 번째 우승을 차지해 감격스럽다. 끝까지 큰 응원을 보내준 팬께 감사드린다.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럴 수밖에 없다. 무더기 기록을 쏟아낸, KPGA투어와 최경주 역사에 남을 우승이다. 최경주가 KPGA투어에서 우승한 건 2012년 10월 CJ 인비테이셔널 이후 11년 7개월여 만이다. 역대 최다승 4위인 17승째다. KPGA투어 최고령 우승(54세) 기록도 갈아치웠다. 최상호(69)가 2005년 50세 4개월25일에 세운 최고령 우승(KT&G 매경오픈) 기록을 19년 만에 갈아치웠다. 이는 19년 만에 탄생한 50대 우승자 기록이기도 하다.

올해로 27회를 맞이하는 SK텔레콤 오픈에 22차례 출전해 21회 컷오프 통과 기록을 이은 최경주는 이 대회에서 4승을 따낸 유일한 선수로 이름을 아로새겼다. 재미있는 사실은 네 번의 우승을 모두 다른 코스에서 경험했는데, 초창기 대회를 치른 일동레이크GC를 제외한 모든 코스에서 우승 감격을 누렸다.

SK텔레콤과 최경주의 행복 동행은 해피엔딩이자 현재 진행형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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