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진천=정다워 기자] “런던올림픽을 보며 꿈을 키웠습니다.”

펜싱 남자 국가대표 사브르 선수단은 27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펜싱 미디어데이에서 2024 파리올림픽에 참가하는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남자 사브르는 지난 도쿄올림픽서 ‘어펜저스’가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종목이다. 이번 대회에는 당시 멤버였던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이 맏형으로 남았고, 당시 막내였던 오상욱(28·대전광역시청)이 에이스로 출격한다. 여기에 ‘뉴페이스’ 박상원(24·대전광역시청)과 도경동(25·국군체육부대)이 합류해 ‘뉴 어펜저스’를 완성했다.

박상원과 도경동은 2012 런던올림픽을 통해 펜싱 선수의 꿈을 키운 ‘런던 키즈’다. 도경동은 “당시 금메달을 딴 원우영 코치님과 본길이형을 보면서 펜싱을 시작했다. 그 두 분과 함께하며 배운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라며 웃었다. 박상원도 “그땐 본길이형에 관해 잘 몰라서 무뚝뚝한 분일 것 같았다. 하지만 겪어보니 정말 재미있고 좋은 선배다. 함께해 영광스럽다”라고 말했다.

에너지 넘치는 두 후배는 베테랑 구본길에게도 힘이 된다. 구본길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함께하면 세대 차이를 크게 느끼지 않는다”라면서 “팀 워크가 너무 좋다. 이 선수들은 이미 증명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다. 각자의 브랜드가 있다. 자신을 믿고 함께한다면 파리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구본길은 “상원이는 파워가 좋고 민첩성도 대단하다. 가장 중요한 건 파이팅이다. 전 세계 펜싱 선수 중 상원이만큼 크게 파이팅을 외치는 선수는 없다. 베테랑 선수조차 상원이의 기에 눌려 말리는 모습을 봤다”라며 박상원을 칭찬했다. 이어 “경동이는 피지컬이 정말 좋다. 리치도 길고 민첩성도 좋아 공격적인 면에 장점이 큰 선수”라고 도경동을 소개했다.

도쿄에서 막내였던 오상욱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제 오상욱은 중간에서 후배와 선배를 연결하는 위치에 섰다. 그는 “중간 자리에 가니 전에 없던 부담감도 생겼다”라면서도 “그래도 후배들이 잘해줘 덕을 보는 것 같다. 후배여도 선수 대 선수로 생각하려고 한다. 처음엔 버거웠는데 이제 편해졌다”라고 말했다.

오상욱은 국내 사브르 선수 중 세계 랭킹이 9위로 가장 높다. 에이스 구실을 해야 하는데 지난 2022년12월 발목 부상으로 인해 수술했고, 올해 2월에도 손목을 다쳐 컨디션 난조를 겪었다. 오상욱은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라고 토로한 후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이제 같은 위치에서 싸운다는 생각을 하면서 부담을 덜었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남자 사브르는 런던, 도쿄에 이어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다. 2016 리우올림픽 당시엔 사브르 종목이 단체전에서 빠졌다. 현재 남자 사브르는 단체전 세계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런던 대회 금메달 멤버였던 원우영 코치는 “도쿄 대회보다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며 이겨냈다. 한국 펜싱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라고 말했다.

개인전 메달도 파리에서 원하는 목표다. 구본길은 “아직 개인전에서 메달을 딴 적이 없어 욕심이 난다. 메달 색은 상관없다”라고 말했다. 오상욱도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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