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글의 내용은 일주일에 2, 3회 이상 격투기 체육관이나 무술도장에 나가 한번에 2시간씩 훈련을 하고, 이런 과정을 5년 이상 해온 사람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이다. 이런 분들은 위협 상황이 벌어질 경우 이미 이 글에서 설명할 내용 이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익혔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몸을 격렬하게 움직여 본 적이 없는 운동 초보 혹은 스포츠는 즐겼지만, 호신술을 전혀 접하지 않은 분들이 아래 내용의 대상이다.

자, ‘묻지마 칼부림에 대처하는 호신술’이라는 구독자님의 질문에 대한 마지막 답글이다. 앞서 두 칼럼에선 ‘왜 호신술이 필요한지’와 ‘호신 상황에서 필요한 신체적, 심리적 준비’를 다뤘다. 이제 그 내용을 기반으로 해서 가장 간단한 동작 위주로 한 번 연습해보자. 동작 설명이 많은 만큼 함께 링크된 영상을 꼭 참고하기 바란다.

전체 동작 흐름은 몸통을 향해 다가오는 흉기를 든 상대의 팔을 쳐내고 눈을 찌른 후 무릎을 차서 나를 바로 쫓아오지 못하게 한 뒤 달려서 도망가는 것이다.

먼저 중요한 점은 지난 칼럼에서도 강조했듯이 첫번째 접촉이 실패하면 두번째 기회는 없다. 따라서 흉기를 찔러오는 상대의 팔을 정확하게 쳐내도록 연습하자. 또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내 팔이 어디에 있었던 그 자리에서 바로 출발해 상대의 팔을 쳐내야 한다. 더 세게 해보겠다고 팔을 뒤로 뺐다가는 그 빼는 시간동안 흉기가 나에게 다가온다.

상대의 팔을 쳐냈다면, 어느 손이든 상관없으니 상대와 가까운 쪽으로 곧바로 눈찌르기를 시도한다. 어딘가를 때리는 것이 아니라 눈찌르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초보자의 경우 어설프게 강하게 치려다가 흉기가 자신에게 다시 다가오는 시간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하게 찌르려고 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손가락을 상대 눈에 가져다 대는 것이 포인트. 설사 찔리지 않더라도, 상대가 피하려고 멈칫해 다음 동작이 바로 연결되지 않도록만 해도 반은 성공이다.

마지막은 발로 상대의 무릎이나 정강이를 강하게 차는 것이다. 이는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지금부터 뛰어서 달아날 당신을 상대가 곧바로 못 쫓아오도록 하는 목적이 크다. 이때도 강하게 차기 위해서 한 발 더 내딛는다거나 발을 뒤로 뺐다가 차는 건 금물. 그런 시간 낭비가 내 목숨을 위협한다.

무릎이나 정강이를 차는 것이 익숙해지면, 다리를 약간만 더 높게 들어 상대의 낭심을 가볍게 차는 것도 연습해보자. 낭심 공격은 상대에게 적은 힘으로도 큰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낭심을 맞게 될 경우 고통으로 온 몸이 오그라들어 무기를 제대로 휘두를 수 없게 된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쫓을 수 있는 상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효과다.

위에 언급한 동작 흐름을 빠르게, 정확하게 그리고 동작하는 동안 자신의 밸런스가 전혀 흐트러지지 않도록 충분히 연습했다면, 다음 동작 흐름에 도전해보자. 훨씬 수준이 높은 방법이며 그만큼 어렵다.

이번에는 상대의 팔을 쳐내는 것이 아니라, 접촉한 다음 움켜잡는 것이 첫번째다. 쳐냈는데, 상대의 팔이 튕겨나가지 않은 경우에 재빨리 잡는 것으로 응용할 수도 있다. 이때 상대는 모형 흉기를 계속 당신 쪽으로 밀어서 찌르려고 노력해야 한다. 당신은 팔이 절대 접히지 않도록 버티면서 상대의 힘을 옆으로 흘러가도록 만든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쥐고 있는 상대 팔의 바깥쪽으로 돌아나갈 수 있도록 이동 연습을 계속 한다. 쥐고 있는 상대의 팔이 오른쪽이라면 상대의 오른쪽으로 더 돌아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상대의 반대쪽 손에서도 멀어질 수 있고, 상대가 큰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을 계속 방해할 수 있다.

이후에는 상대의 팔꿈치 관절을 꺾거나 잡은 채로 눌러 넘어뜨린 후 도와줄 사람을 기다릴 수도, 도망칠 수도 있다. 이 방법은 앞서 말했다시피 훨씬 수준이 높은 기술이고, 초보자는 쉽게 성공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하지만, 꾸준히 연습하면 전문적으로 트레이닝을 하지 않았고, 아직 흉기를 사용할 지 확신이 스스로에게 서지 않은 상대에게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 읽은 한 책에서 저자는 “과학 기술이 조금만 더 발전하면, 길을 걸어가는 도중에 마주치는 사람들이 위험한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보가 눈앞에 떠오를텐데, 그런 세상에 사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라는 주제를 던졌다. 수십만 년 동안 수많은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을 알아채는 능력을 키워왔는데, 이제 그것을 기계에게 맡길 수 있는 시기가 곧 온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두려웠다. 우리는 아직까지는, “아 저 사람 분위기가 좀 위험한 것 같아”, “아 저 골목은 안전하지 않을 것 같아”라는 판단을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덕분에 나 자신을 위험에서 어느 정도는 지킬 수 있는 존재다. 하지만, 이도 결국은 사람과 자주 접촉하고 사회의 한 일원으로써 경험을 쌓아가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감각이다.

모든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서 이뤄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직접 만나지 않아도 사람과 교류할 수 있게 되면, 이런 특별한 감각들이 발전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내 메시지에 답을 하는 사람의 진짜 의도가 뭔지 우리는 알 수 있을까?

호신술은 설사 이런 시대가 와도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을 예민하게 단련해 나 자신을 지키는 전체적인 과정이다. 무술도장에 모여서 서로 살을 부대껴가며 기술을 걸고, 걸리고, 그 속에서 그 사람을 파악해나가는 과정 모두가 실생활에서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을 키우는 것인 셈이다. 호신술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그런 것이다.

노경열 JKD KOREA 정무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