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못생긴 두 남자가 있다. 두 남자는 서로 잘생겼다고 우긴다. 재필(이성민 분)은 카리스마 있다 하고, 상구(이희준 분)는 귀엽다고 단정 지었다.

이 착각이 매 순간 비극을 일으킨다. 의도치 않게 연쇄살인이 발생했다. 누구보다 순수하고 선행을 많이 하는 두 사람은 험상궂은 얼굴 때문에 늘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놀랍게도 오해를 한 사람들에게서 문제가 발생한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핸섬가이즈’는 캐나다 영화 ‘터커 & 데일 vs 이블’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법 없이도 사는 데 지장 없지만 남다른(?) 외모의 두사람이 산골 별장에 갔다가 벌어진 해프닝을 다룬다.

친구들과 놀러 왔다가 두 사람을 보고 기절한 대학생 미나(공승연 분)를 별장에 데려왔다. 이에 친구들과 경찰이 미나를 구출하기 위해 우왕좌왕한다. 원작이 가진 고어한 장면은 대중성을 고려해 톤을 낮췄다.

재필과 상구는 외롭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고 싶은데, 모두 그들을 기피한다.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주려고 팔을 잡은 건데 사람들은 폭력으로 간주하고, 길가에 놓은 염소시체를 치우는 데 사람을 죽였다 오해받는다.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음에도, 당연히 납치한 줄 안다. 권력을 가진 경찰마저 두 사람이 죄를 짓고 살아갈 것이라는 편견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핸섬가이즈’로 데뷔한 남동협 감독은 코미디에 대한 깊은 조예를 스크린에 풀어냈다. ‘얼평’ (얼굴평가)을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두사람의 외모만으로 웃기긴 쉽지 않은데 작은 동작과 표정, 호흡으로 코미디를 만들었다.

초반부터 켜켜이 쌓은 발랄한 느낌이 중후반부부터 강력한 코미디로 변화한다. 예상 밖의 상황으로 웃음을 이끄는 시추에이션 코미디도 매력적이다. 신부(우현 분)가 등장할 무렵에는 강력한 폭소가 터지고 만다.

후반부는 악령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호러 코미디로 전환한다. 긴박감 속에서도 웃기는 상황이 계속 발생한다. 독일 영화 ‘데스티네이션’(2006)을 연상케 한다. 영화 내에 법칙을 만들고, 철저하게 지킨다. 그러면서도 이야기의 아귀가 딱딱 맞는다.

‘천의 얼굴’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이성민과 이희준은 그야말로 얼굴로 영화를 만들었다. 이성민은 눈이 돌아있는 재필을 만들었고, 이희준은 가장 귀여운 상구를 표현했다. 다만 못생겼을 뿐이다.

두 사람은 장면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웃길 수 있을까’를 연구한 것 마냥 클리셰에서 벗어나려고 악을 썼다. 그 노력이 끝내 큰 웃음으로 돌아온다.

충격적인 사고의 근원이 되는 미나 역의 공승연은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잘 만들었다. 얼굴을 본 것만으로 웃음을 참기 힘든 재필과 상구를 마주하면서 일상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최 소장 역의 박지환은 완벽한 신스틸러다. 분량이 많지 않지만, 결국 춤 한 방으로 자신의 코미디 능력을 증명했다. 신부 역의 우현이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른바 ‘노답 5인방’으로 불리는 장동주, 김도훈, 빈찬욱, 박정화, 강기둥은 의외의 활약이다. 강력한 두 배우 앞에서 제 몫을 해냈다. 특히 병조 역의 강기둥의 연기가 탁월하다.

‘극한직업’(2021)이 대사의 매력을 극대화한 ‘말맛’이라면, ‘핸섬가이즈’는 이성민과 이희준의 얼굴을 극대화한 ‘꼴맛’이다. 쉴 구간 없이 크고 작은 코미디를 구사한다. 슬랩스틱 코미디를 유치하게 여기는 관객이라면 웃기 힘들거나 어쩌면 불쾌할 수도 있다. 반대로 이 코미디를 즐기는 관객에겐 천국이다. 지뢰밭처럼 깔린 웃음 폭탄이 계속 터지기 때문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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