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이 좋을까? 유도가 좋을까.”

“저기 한시간쯤 가면 유명한 관장님이 운영하는 체육관이 있다던데, 아무래도 동네 체육관보다는 거기가 좋겠지?”

“요즘 칼부림 사건도 잦던데, 무기술을 다루는 무술이 좋지 않을까?”

“전통 무술에 관심이 많은데 실전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있어 망설여지네.”

‘무술’ 혹은 ’호신술‘을 배워야겠다고 마음 먹은 후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고민을 모아봤다. 여기에 한가지 덧붙이면, 한 무술을 어느 정도 익힌 후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을 채우기 위해 다른 무술도관이나 격투기 체육관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복싱을 배워서 타격은 자신이 생겼는데, 누가 날 던지려고 하거나 태클을 걸어 넘어뜨리는 걸 막기 위해서 유도나 레슬링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오늘은 이런 분들에게 약간 ‘팩폭’ 느낌으로 답을 해주고자 한다. 부제는 ‘프로는 프로다’ 정도면 어떨까. 이번 글도 격투기 선수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분들이 아닌 일반인들이 대상이다.

답을 드리겠다.

1. 국제적으로 혹은 국내에서 공인된 지도자 자격증이 있다.

2. 해당 무술도관 혹은 격투기 체육관이 한 지역에서 5년 이상 꾸준히 운영되어 왔고 관원들이 두 자리 수로 있다.

이상 두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곳이라면 크게 고민하지 말고 일단 등록하고 배우면 된다.

공인된 지도자 자격은 중요하다. 그 무술의 실력이 좋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아는 바를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노하우를 충분히 갖췄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등을 보면 선수 시절 최고였지만, 정작 지도자로서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그래서 선수들도 은퇴를 하면 코치 연수 등을 통해 지도자의 역량을 기른다. 따라서 공인된 지도자 자격을 봐야 한다.

또한 한 지역에서 5년 이상 그 체육관이 유지되었다는 것 역시 중요하다. 마치 동네 사람들이 인정하고 자주 찾는 맛집처럼 그 지역에서는 본인의 실력이나 지도력이 좋다고 소문난 셈이기 때문이다.

무술이나 격투기는 매일 바꿀 수 있는 식사 메뉴와는 달리 오랜 기간 노력해 배워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수많은 경쟁 업체들 사이에서 5년 이상 살아남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더구나 코로나 팬데믹이 휩쓸고간 최근 몇 년을 버텨냈다면, 그 체육관은 ’충성 고객이 있는 무술/호신술 맛집’이다. 문을 두드려보자.

호신술을 배우고자 하는 일반인이라면 이 두가지 외에는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다.

“칼부림 사건이 많아지고 있는데, 복싱이나 무에타이, 유도, 레슬링은 맨손 기술만 있지 않나”라는 고민 같은 건 전혀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가끔 일반인들이 오해하는 부분인데, 복싱 체육관 관장이라면 평생 복싱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복싱을 전공했다 하더라도 이는 최종 선택이 복싱이었을 뿐 어렸을 때부터 여러 운동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비유를 하자면 이과 학생들은 대부분 수학과 과학을 잘 한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면 그 중 본인이 더 재밌어 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은 쪽으로 하나만 뽑아 전공을 선택한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맨손 격투기니 무기 대응에 취약할 것이다”라는 것은 운동을 해보지 않은 일반인들의 오판일 뿐이다.

“유도 관장님이니 펀치는 잘 못 치지 않을까”, “무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관장님이니 맨손 격투는 약하지 않을까” 등의 생각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오판 중 가장 많은 경우가 “전통 무술은 춤처럼 혼자 움직일 뿐, 실전성이 없다”인데, 이 역시 일반인들은 반응도 못 할 만큼의 실력을 가진 분들이 차고 넘친다.

종목이 무엇이든, 이분들은 어떻게 하면 인간의 신체를 효율적으로 부술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하고, 그걸 어떻게 잘 전달할까 고민하는 분들이다. 그리고, 흉기 난동이나 폭행 사건 등의 뉴스가 나오면 누구보다 빨리 어떤 상황이었는지 면밀히 파악하고 시뮬레이션 해보면서 대응책을 마련하는 분들이다. 그런 만큼 본인 종목의 강점을 살려 각종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이미 만들어놨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한가지 더. 도관이나 체육관을 운영한다는 것은 무술/격투기/호신술을 가르쳐서 생계를 유지할 돈을 번다는 것이다. 그냥 전문가 수준이 아니라 지식과 기술을 나누는 것에 대해 댓가를 받는 ’프로페셔널‘은 자신의 생계가 걸린 만큼, 또는 본인도 성공하기 위해, 절대 설렁설렁 일하지 않는다.

그런 프로들의 실력을 일반인의 입장에서 모두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래저래 고민하기 보다는 위의 두가지 조건에만 부합하면 일단 등록해서 배우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물론 어느 분야에나 사기꾼이 있듯 자신이 실력이 부족한 데도 불구하고 스승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반인들은 이런 사람들도 진짜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럼 가능하면 피해야 할 곳도 짚어보겠다.

일단, “무료로 가르쳐 드린다”, “왜 굳이 돈 주고 배우나”라고 하는 곳은 거르자.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진짜 유용하고 좋은 기술이라면, 그리고 본인이 그 기술을 익히는데 시간과 노력을 제대로 투자했다면, 또 자칫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면, 절대 무료로 알려주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쉽게 배웠으니 쉽게 퍼뜨린다. 걸러야 하는 첫번째 그룹이다. 물론, 배우는 입장에서도 “뭐 그거 배우는데 돈까지 들여”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한 명의 확실한 지도자가 없고, 구성원들이 제각각 자신이 배운 운동들을 알려주며 교류하는 동호회 형식의 모임도 배제한다. 일단 이런 동호회 형식은 이미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사람들이 모여 서로 기술을 나누다 보니 초보자가 바로 따라가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초보자는 기초를 탄탄히 하는 것이 중요한데 여러 운동 경험자들이 섞여있다보니 각자 쌓아온 기초 자체가 다르다. 복싱의 스텝과 유도의 스텝이 전혀 다르고, 서로 유리하게 생각하는 간격이 다른 만큼 이에 익숙해지는게 먼저인데, 이런 부분을 체계적으로 쌓아가기 어렵다.

또 한가지. 동호회는 각자 개인 사정에 따라 참가인원이 들쑥날쑥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모임 횟수가 줄거나 아예 해산되는 경우도 많다. 초보자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기술을 배우기보다 연습량을 많이 가져가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환경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비록 뛰어난 지도자가 있지만, 그 지도자가 생업이 따로 있고 동호회 형식으로 무술/호신술을 가르치는 경우도 초보자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이런 분들은 어느 정도 기초 실력을 쌓은 뒤 찾아가 교류를 하거나 가르침을 청하는 편이 좋다.

필자가 호신술을 주제로 칼럼을 진행한지 거의 2년이 되어간다. 아직도 글만 읽어보고 움직이지 않았다면, 이제는 정말 배우러 갈 시간이다. 나를 지키기 위해,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문을 나서자. 그리고 또다른 문을 두드리자.

노경열 JKD KOREA 정무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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