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럽지 않은 ‘러브’ 무리…‘익충’이라 자가 방역밖에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날씨가 더워지자 야구장을 뒤덮은 일명 ‘팅커벨’ 동양하루살이떼가 기승을 부리더니, 이젠 쌍으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검은 무리가 극성이다. 엄지손톱 크기의 붉은등우단털파리인 ‘러브버그’가 출몰해 방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암수가 짝짓기 상태로 날아다녀 이름에도 ‘러브’가 붙는다. 그러나 ‘절대’ 사랑스럽지 않다. 독성이 없고 사람을 물지 않으며 질병을 옮기지도 않지만, 특유의 행태 탓에 반갑지 않다. 사람에게도 날아드는 습성이 있고, 하루살이처럼 뭉쳐 있어 그 길을 뚫고 가느라 곤욕을 치른다.

매년 러브버그로 인한 민원 건수는 증가하고 있다. 서울에서만 2022년 4418건에서 지난해 5600건으로 약 27% 늘었다. 처음 민원 발생 집중지역도 3개 자치구에서 25개 전역으로 퍼졌다.

서울 양천구는 지난 21일 러브버그 퇴치를 위한 집중 방역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고압 살수차 등 방역 차량 15대, 초미립자 살포기, 충전식·압축식 분무기 등을 동원해 주택가, 다중이용시설, 녹지 등에 방역 작업을 진행했다.

러브버그는 올해 이른 폭염으로 인해 서울을 비롯한 경기·인천·대전까지 서식지가 확대된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이른 불볕더위 등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해 러브버그의 출몰 시기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러브버그 방역에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청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 ‘나도한마디’에 오른 관련 게시물에는 5일이 지나도록 여전히 답변이 없다. 이 밖에도 다수 지역에서 민원이 접수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 마련에 대한 대답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러브버그의 수명은 평균 일주일이며, 햇빛에 노출되면 활동이 저하돼 자연 소멸한다고 설명한다. 무분별한 방역으로 인한 자연 및 인체 훼손도 우려되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러브버그가 해충 아닌 익충이라는 것. 오히려 진드기 등 해충을 잡아먹고 유충을 분해하며 꽃의 화분을 매개하는 등 꿀벌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이유다. 전염병을 옮기지도 않아 완전 소멸시키기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개인 방역업체에 접수하면 서비스가 이뤄지긴 하지만, 결국 스스로 방역하는 방법밖에 없다.

한 전문가는 “러브버그가 주로 출몰하는 장소에 끈끈이 트랩을 붙이거나 방충망에 구멍이 뚫려있진 않은지 보수 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라며 “러브버그가 밝은색을 좋아하니, 외출 시 되도록 어두운 계열의 옷을 입기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email protected]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