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42주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여자야구는 프로야구가 성장한 42년 동안, 프로·실업팀 없이 사회인 야구로만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이에 스포츠서울은 한국 여자야구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국내 대학교에 여자야구팀이 창단된다. 국내 최초다.

야구계에 따르면, 국민대학교와 장안대학교가 나란히 여자야구팀 창단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대의 경우 ‘학점은행제’ 형식으로 운영된다. 이미 국민대는 여자야구부 특기생 지원서를 받고 있다.

국민대 여자야구팀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양석원 주임교수는 23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국내 대학교에 여자야구 동아리를 제외하면 정식 여자야구팀이 없다. 남자 엘리트 대학야구팀처럼 여자야구팀을 창단하면 어떨까 해서 학교 측에 제안서를 냈고, 학교 산하 평생교육원(학점은행제)에 티오(TO)가 났다”고 설명했다.

주말에만 훈련을 진행하는 사회인 여자야구팀과 달리 평일 오전부터 훈련을 진행하는 국민대 여자야구팀은 15명 이상이 모집되면 한국여자야구연맹(WBAK)에 팀 등록이 가능하다. 양 교수는 “현재 관심을 보이는 인원까지 5~6명 정도 모일 것 같다. 남은 기간 동안 인원을 모집해 내년 여자야구 사회인리그에 뛰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국민대는 이미 엘리트 야구선수 출신인 김익 감독을 여자야구팀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장안대는 지난 20일 한국여자야구연맹과 여자야구팀 창단과 관련해 협약을 맺었다. 장안대학교 역시 내년 여자야구 사회인리그 참가를 목표로 올해 학생 모집에 나선다.

국내에는 여자야구 선수를 위한 엘리트 코스가 없다. 여학생은 중학교 3학년까지 ‘리틀야구’에서 운동을 하다가 고등학생부터는 더 이상 엘리트 운동을 할 수 없다. 여고생을 위한 엘리트 야구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 두 개의 대학에서 엘리트 성향이 짙은 여자야구팀 운영 의사를 밝혔다. 야구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은 여학생에게 희소식이다.

양 교수는 “입학 원서를 넣은 한 학생은 다른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인데 야구를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우리 학교 여자야구팀에 입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위 사례처럼 야구를 체계적으로 배우고픈 갈증이 있는 여성들에게 대학 여자야구팀은 갈증 해소제 역할이 될 수 있다.

우려점도 있다. 바로 ‘학생 모집’이다. 남학생의 경우 대학 엘리트 야구부에 진학해 프로야구 드래프트 재도전을 노리지만, 여학생의 경우 대학에서 운영하는 여자야구팀에 진학한다 해도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른 진로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서 오전부터 야구 훈련을 받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국민대는 “교양 수업 같은 다른 학점 이수 요건을 충족해야 졸업할 수 있다”며 “졸업 후 야구심판, 코치 또는 지도자, 기록 분석원, 프로야구단 프런트, 에이전시 등 야구 관련 진로를 가질 수 있도록 야구 이론 과목을 바탕으로 한 이수 과목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우리 대학을 시작으로 다른 대학에서도 여자야구팀이 창설돼 ‘대학 여자야구리그’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여자야구 ‘실업팀’도 창단될 것”이라고 바랐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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