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긴장이 역력했다. 사회자에 호명에 등장한 래퍼 마이크로닷은 자리를 정확히 잡지 못하고 무대 앞쪽으로 튀어나왔다. 시종일관 표정은 무거웠다. 최대한 차분하게 진심을 전하고자 하는 태도가 엿보였다.

마이크로닷은 2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예술나무씨어터에서 열린 새 EP ‘다크사이드(Darkside)’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다시 여러분들 앞에 인사 하게 돼 떨리는 마음이다. 사건 이후에 반성과 노력의 시간을 가졌다. 저희 부모님과 저로 인해 피해를 보고 상처를 입은 분들에게 사과를 드린다”며 약 10여 초간 고개를 숙였다.

2018년 연예계를 뒤덮은 ‘빚투’ 파문은 래퍼 마이크로닷부터 시작됐다. 당시 엠넷 ‘쇼미더머니’와 MBC ‘나혼자 산다’에 출연한 마이크로닷의 주가가 높아졌고, 채널A ‘도시어부’에 그의 아버지가 출연하면서 사기 피해가 세간에 알려졌다.

방송을 통해 마이크로닷의 부모 얼굴을 확인한 채권자들은 그의 부모들이 1990년부터 1998년까지 주위 사람들로부터 돈을 빌리고 야반도주했다고 폭로했다.

젖소 농장을 운영했던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친인척과 지인 등에게 총 4억여원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고 뉴질랜드로 달아난 혐의로 기소돼 결국 실형이 확정됐다.

IMF로 국민 대다수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발생한 사건이란 점에서 대중적 공분이 컸다. 그런 부모 슬하에서 호의호식했으면서, 해당 사실을 감정적으로 부인한 마이크로닷에게 무차별 공격이 이어졌다. 결국 마이크로닷은 사과 후 활동을 중단한 뒤 방송가에서 잠적했다.

마이크로닷은 “피해자 한 분 한 분을 사과드리는 게 먼저였다. 그러다 보니 6년이 걸렸다. 첫 대응에 대해서도 많은 반성을 하고 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어리숙했다. 죄송하다”며 “초반 대응 때 변호사가 잘못 말한 게 화근이 됐다. 변명은 아니다. 더 똑똑했어야 했다. 그 역시도 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마이크로닷은 1·2심 판결을 통해 확인된 피해자 10명에게 변제 및 사과하는 과정을 가졌다고 밝혔다. 총 9명과 합의에 이르렀고, 한 명과는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

마이크로닷은 “총 9명과 합의를 했다. 한 분은 아직 남아있다. 2025년까지 빚을 다 갚기로 했다. 연대 보증도 섰다.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갚을 수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꼭 사과를 드리고 싶었다. 중요한 건 돈을 드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변하지 않아’를 비롯해 ‘크루이싱’(Cruising), ‘퍼시’(Pu$$y), ‘프레이 포 마이 에너미즈’(Pray For My Enemies), ‘올라이트’(Alright) 등 마이크로닷의 진솔한 감정과 생각을 다룬 5곡이 담겼다.

‘변하지 않아’는 루피(Loopy)와 래퍼 디보(Dbo)가 참여했으며, ‘크루이싱’은 BXN(범이낭이)가 프로듀싱하고 ‘싱어게인3’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4’의 호림(Horim)과 래퍼 오왼이 피처링에 함께했다. 대중의 냉담한 시선과 달리, 유명세가 있는 아티스트가 대거 참여했다.

마이크로닷은 “노래가 좋다는 이유로 참여해준 분이 많지만, 조심스럽게 거절해 준 분들도 많았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이 선택을 해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가까운 사람을 속이고 힘들게 했다는 점에서 마이크로닷 부모의 죄질이 나쁘다는 게 중론이다. 거센 분노때문에 일종의 연좌제가 씌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이크로닷은 “부모님과 연락을 종종 한다. 부모님도 후회하고 있다. 일이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만 했다”며 “대중의 마음을 어떻게 풀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저 열심히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할 마음”이라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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