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우려는 그저 기우에 불과했다. 보란듯이 호투를 뽐낸다. 공백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SSG ‘120억 듀오’ 박종훈(33)-문승원(34)이 주인공이다. 시즌 초반 선발진에 구멍이 생기고 있지만, SSG는 굳건하다.

문승원은 1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과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8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의 환상투를 뽐냈다.

문승원을 앞세운 SSG는 3-0의 승리를 거두며 6연승을 달렸다. 문승원도 오랜만에 선발승을 챙겼다. 지난 2021년 5월30일 대전 한화전 이후 682일 만이 된다.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하루가 됐다.

박종훈도 있다. 지난 7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로 나섰고, 6이닝 3피안타 4볼넷 4탈삼진 무실점의 퀄리티스타트(QS) 호투를 펼쳤다.

1-0에서 내려왔고, 승리 요건을 갖췄다. 7회 실점이 나오면서 승리가 날아갔다. 그래도 SSG는 경기 막판 힘을 내면서 7-3으로 이겼다.

문승원-박종훈 모두 2021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2021시즌 5월까지 순항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검진 결과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 존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고, 2021년 6월 나란히 수술대에 누웠다.

SSG 입장에서는 날벼락이 두 방이나 떨어진 셈이 됐다. 갑자기 선발투수 2명이 ‘쑥’ 빠졌다. 자연히 시즌이 어려웠다. 마지막까지 5강 싸움을 했으나, 가을야구 진출은 실패했다.

2022년 7월 들어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문승원이 7월10일, 박종훈이 7월31일 복귀전을 치렀다. 보직은 달랐다. 문승원은 불펜으로, 박종훈은 선발로 뛰었다.

문승원은 23경기 24.2이닝, 1승 1패 3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5.11을 기록했다. 박종훈은 11경기 48이닝, 3승 5패, 평균자책점 6.00이다.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그래도 한국시리즈에서 나란히 3경기씩 출전, 팀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진짜는 2023년이라 했다. 수술 후 복귀 2년차. 정상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김원형 감독도 “두 번째 시즌이니까 괜찮을 것이다. 정상적으로 던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믿음을 보였다.

시즌을 앞두고 문승원은 “작년 부진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선발 경쟁에서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종훈은 “무조건 잘해야 한다. 이제는 핑계를 댈 것도 없다. 무조건 10승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습경기-시범경기를 거치며 준비는 끝났고, 정규시즌에 돌입했다. 문승원은 지난 6일 홈에서 롯데전에 선발로 나섰다. 3이닝 1피안타 2볼넷 1탈삼진 1실점. 그러나 우천 노게임 처리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잘 던지고 있었는데 허공에 날아가고 말았다. 시간이 흘러 12일 다시 마운드에 섰다. 직전 등판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털었다. 7일 선발로 출격한 박종훈을 호투까지 더하면 SSG가 활짝 웃고도 남는다.

지난 2021년 12월 SSG는 박종훈에게 5년 총액 65억원, 문승원에게 5년 총액 55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을 안겼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 판단했고, 조기에 눌러앉혔다. 수술 후 재활중인 선수와 맺은 계약이기에 더 놀라웠다.

SSG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출발이 좋다. 에니 로메로가 부상으로 빠졌고, 김광현도 어깨 염증으로 한 번 등판을 거른다. ‘원투 펀치’ 이탈이라는 악재가 터졌다. 그래도 SSG는 당당히 1위다. ‘문-박 듀오’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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